[ Essay ] 과시적 소비는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

1. 서론 – 개인의 소비가 어떻게 개인의 가치를 규정하게 되었는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품화할 수 있는 능력과 상품을 살 수 있는 능력은 인간을 정의하는 데 핵심적이다. 자본주의 체제의 생산과 소비는 상품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사람들의 일상은 소비로 채워지고 사람들은 스스로 상품이 된다.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능력은 스스로를 상품화할 수 있는 능력과 직결되어 있다.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고 잘 상품화할수록 더 많은 상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새로운 위계 시스템은 소비력에 따라 결정된다.

 

현대인들은 자신의 위상을 드높이기 위해서, 가문과 신분 대신 사회 변화에 걸맞는 기능과 자본력을 갖추기 위해서 경쟁한다. 새로운 경쟁의 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학력 자본을 비롯해 육체 자본, 문화 자본 등 경제적인 것에 국한 되지 않고 사회적인 경쟁에서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에너지 자본을 쌓아가야만 한다.

 

이를 환언 하자면, 한 개인의 삶을 규정하는 모든 것이 시장의 범주로 들어왔음을 뜻한다. 그에 뒤떨어져 스스로의 기능과 기술, 문화와 시간, 성향과 취향을 나타낼 만한 모든 소비가 타인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새로운 경쟁의 장에 뒤떨어져 있음을 의미하게 되었다. 옷은 그저 입을 것이 아니게 되고 자동차는 그저 탈 것이 아니게 되어버린 것이다.

 

가격의 높고 낮음으로 상품이 아닌 그 상품을 소유한 사람의 가치가 비교의 대상이 되고 돈으로 환산되어 삶을 규정하게 된다. 새로운 사회 위계질서를 만들어 내는 소비 문화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강력한 자본의 침입에 따라 생성된 이 새로운 위계 서열 구조는 부를 축척하고 소비하는 것에 엄청난 의미를 부여했다.

 

서열 구조는 단순히 사회적 특성이나 문화적 특성이 아니고 어림잡아 5억년 동안 존재해 온 생명체의 특징이다. 서열 구조 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 뇌의 영역은 아주 오래전에 생성된, 뇌의 가장 원초적인 부분이다. 때문에 서열 구조라는 것은 문화보다는 자연에 더 가깝다.

 

SNS에 명품을 구매한 사진을 과시하며 올리고 소위 말하는 인증샷에 좋아요 개수가 몇 개나 달리는지에 일희일비한다는 것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의 부러움과 선망의 대상이 되기를 원하며 그를 통해 자신의 사회적 서열의 위치를 확인 받고 싶어하는 지극히 자연적인 심리라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유행하는 명품들을 사들이는 등의 과시적 소비가 늘어나고 결코 충족되어지지 않는 욕망에 의해 더 많은 불안을 느끼게 되면 이는 다시 소비로서 보상하려는 형태로 이어진다.

 

 

 

2. 현대 사회에서의 식민지

기술의 발전으로 늘어나는 공급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수요를 늘리기 위한 소비시장의 확산이 필요했다. 그래서 자본주의 국가를 중심으로 인류의 역사상 식민지라는 개념이 도입된 것이다. 식민지를 만들어 원료를 공급받고 가공품을 판매함으로써 공급과잉 이라는 필연적인 자본주의의 태생적 한계에서 벗어나려 했던 것이다.

 

오늘 날의 식민지는 개개인에게 옮겨가게 된다. 여러 매체와 미디어는 사람들을 현혹시켜 소비를 유도하고 수 많은 광고로 교묘하게 개개인을 유혹하여 한 사람 한 사람을 식민지화 시킨다. 과시욕을 심어주어 유행하는 제품을 사도록 유도하고 필요를 뛰어넘는 막대한 소비를 창출해서 공급과잉의 문제를 해소한다.

 

늘 무엇인가 유행하고 있다. 새로운 것은 아름답고 바람직한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어 사람들이 항상 새로운 것에 열광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한 새로움에 대한 예찬은 대량 생산을 감당할 좋은 전략이 된다.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가로막지 않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싫증이 나서 다른 상품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유인해야 한다.

 

따라서 유행은 계절 별로, 월 별로 바뀌어 가면서 끝없이 많은 상품을 생산하는 것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고 많은 광고가 계절별, 월 별 유행을 강조하는 마케팅을 펼치며 사람들에게 욕망을 주입시킨다. 그에 따라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옷과 핸드백들이 매년 옷장 구석에 쌓여가거나 쓰레기통으로 버려지게 되는 것이다. 이제는 사람들에게 유행과 과시적 소비를 선동하지 않고서는 자본주의를 유지하기가 어렵게 되어져 버렸다.

 

국가와 기업에게 있어서, 개인은 하나의 아이덴티티를 가진 주도적인 유기체가 아니다. 이 사회를 유지해야 하는 사회시스템의 톱니바퀴이다. 그렇기에 TV매체와 미디어, SNS는 사람들에게 욕망을 끊임없이 주입시키는 것이다. 마치 행복이란 물건을 사서 소유하는 것으로, 특정 차를 몰고 다니는 것으로, 특정 아파트에서 주거하는 것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이라 귓가에 속삭이는 듯하다. 단순히 상품을 사는 것이 아닌 행복과 권위를 사는 것이라 설득시킨다. 소비를 통해 욕구를 충족시키고, 소비를 통해 자기정체성을 만드는 것 뿐만 아니라 소비가 새로운 신처럼 떠받들어 지기도 한다.

 

지금까지의 한국 사회도 경제 성장을 위해 고도 소비 사회로 진입해 감에 따라 소비 사회의 물질적 풍요에 집어삼켜져 있는 모양이다. 성장은 모든 것을 흡수해 갔다. 상품을 사고 쓰는 모든 소비 행위는 개별자의 욕구가 지시하는 개인적 행위가 아니라 사회화된 행동이 되었다. 우리는 어떤 물건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그 물건에 달라붙어 있는 기호,즉 아우라를 얻기 위해 소비한다. 이 물건이 나에게 부와 행복과 사랑을 갖게 해줄 것을 기대하며 물건을 소비하게 되는 것이다. 소비의 차원이나 일상성의 차원에서 자신이 예속되고 착취되고 있음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다.

 

우리는 결코 소비의 주체들이 아니다. 우리는 엄청난 풍요 속에서 살아가는 수동적 소비자이다.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것이라 인정되는 통념 안에서, 소비주의를 지배하는 기호의 질서 안에서 예속되고 착취당하는 존재이다. 소비는 다른 의미에서 사회문화적 책임에 의한 사회적 노동으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 안에서 소비사회의 일원으로 사는 것은 개인의 선택을 넘어선 숙명이기 때문이다.

 

욕구,개성,향유,풍부함은 사람들의 이데올로기 속에 스며들어 우리에게 후천적으로 자아를 부여한다. 소비주의에 지배되는 일상 세계는 소비의 식민지로 전락한지 오래이다. 이 식민지에서 소비는 강요되고 제도화되었다.

 

 

 

3. 광고

광고는 무엇보다 상품을 소유하지 못함을 사람들이 문제로 인식하고 느끼게끔 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를 위해서 상류층의 생활을 표준으로 제시하며 사람들의 계층 상승 욕망을 자극한다. 광고는 표면적으로는 새로운 생산품을 소개하는 역할이지만 내면적으로는 상품의 세계에 대한 판타지를 부여하고 욕구를 창출해내는 일이다. 실제 생활이 개선 되었는가는 나중 문제이고, 상품과 서비스를 소유함으로서 얻어지는 사회적 감성을 더 중요시 하게 한다.

 

상품이 화폐로 가치 환산됨에 따라서 소비 행위는 많은 것을 지시하게 된다. 상품은 구매자의 지위, 연령, 계급을 담고 있는 단위 의미가 되었다. 광고는 그러한 의식을 이용해 일상생활의 감각과 가치관을 재생산하는 경제 사회학적 문화적인 제도이다.

 

다양한 근대 가치는 소비를 통해 평가받는다. 광고는 근대성과 소비를 직결하여 근대적 가치를 이용해 소비 유도를 꾀한다. 광고는 성공, 꿈, 행복, 건강, 교양, 인격마저 모든 것이 상품화되는 현장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아이가 부모에게 필요로 하는 사랑도 아이를 위한 신제품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오늘날의 우리 일상은 상표 상품들로 채워져 있고 삶의 감각은 소비 행위와 결부되어 있다. 광고는 이제 기업을 대변하여 사회적인 가치관을 주입시키며 우리에게 의식주를 공급하고 삶의 윤리와 철학까지도 가르치고 있다. 눈을 뜨면 보이는 모든 매체 미디어, 건물과 길거리마다 만인을 유혹하는 광고 문구와 이미지들이 넘친다.

 

불필요한 욕심을 자극하고 병적일 정도로 경쟁심을 유발하여 그 물건을, 그 서비스를, 그 교육을 받지 않으면 안된다는 식의 압박이 모든 사람들의 시각과 청각을 둘러싸고 있다. 아침부터 밤까지 끊임없이 자본주의가 정한 ‘가치 있는 사람’에 대해서 세뇌 받는다. 거기에서는 누구라도 소비하는 사람이 VIP로 대우받는다.

 

부자가 아니더라도 부자로 보이기 위한 경쟁, 남들보다 근사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경쟁에 모두가 심취되어 있다. 심지어는 외모도 하나의 자본으로서 경쟁을 심화하는 도구로 이용당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외모지상주의, 학벌주의등의 편협한 ‘주의’가 권력처럼 만연하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자유롭게 상품을 소비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적절한 것을 선택하는 훈련과 강제 속에 살아가고 있다. 벤츠 자동차는 부와 지위를 뜻하고, 클래식 공연의 티켓 구매는 품위 있는 음악 취향을 뜻한다. 사람들의 사회 경제적 지위에 따라 소비 행위는 정교하게 구성된다. 각자의 계층과 주위 시선에 따라 요구되는 복식과 의례가 있다. 현대에서의 패션은 더 이상 나를 나타내기 위한 수단으로만 볼 수 없다. 어떤 이미지가 사회에서 요구되는 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모두 자본주의적 욕망에서 자유롭지 않다. 부자이거나 가난하거나 누구나 돈에 대한 욕망을 통해 자본주의의 지속에 기여하고 있다. 모두가 생산자는 아니지만 모두가 소비자인 것이다. 상품으로 인해 새로운 정체성을 구가하기 시작한 ‘소비 인간(Homo cuncumus)’은 오늘날 우리 모두의 이름이다.

 

 

 

4. 진부화

프랑스의 경제학자 세르주 라투슈는 현대 사회가 계획적 진부화에 걸려있다고 설명한다. 기업에서 신상품의 판매 촉진을 위해 기존의 상품을 계획적으로 진부화 시키고 있다는 말이다.

 

사용한 지 오래되었다는 이유(시간적 진부화)로, 첨단 기능이 나왔다는 이유(기능적 진부화)로, 트렌디한 디자인이 아니라는 이유(심리적 진부화)로 아직 멀쩡한 상품들이 외면받고 버려진다.

 

계획적인 기업의 정책과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우리를 자극하고 욕구를 충동질하던 상품들은 결국 쓰레기로 균질화 된다. 소비의 본질은 욕망의 균질화에 이르러서 결국 소멸되는 것이다.

 

라투슈는 또한 소유하는 순간에 이미 수명이 정해져 있는 물건으로 가득 차 버린, 하나의 거대한 소비 사이클이 되어 버린 사회 속에서 인간은 과연 예외인가하고 묻는다. 이 일회용 제품의 제국은 마침내 인간마저 그 대상으로 삼게 되었고 이 과정이 계속 된다면 마침내 인간마저 진부해 지게 되어버리는 날이 도래할 것이라고 말이다.

 

결국 이상이라는 것이 사라진 이 시대에 도태되는 것은 유행이 지나버린 상품들 뿐만이 아니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산업구조에 편승하지 못한 존재들, 설령 편승했다 하더라도 능력과 서열에 밀려 인정도 존중도 받지 못해 자존감을 상실해버리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5. 결론

에리히 프롬은 현대인의 자존감이 사랑하고 생각하는 개별 인간으로서의 자기 활동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역할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주입된 목표를 위해 시장에서 이윤을 남기고 자신을 판매하는 삶을 산다. 행복과 편안함을 위해 인간의 손으로 탄생시킨 세계가 인간을 소외시키고, 현대인은 그 세계에 비굴하고 무기력하게 복종한다.

 

현대인은 익명의 권위에 의지하며 외부의 기대에 따라 만들어진 자아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점점 무력감을 느낀다. 이때문에 모든 발전과 성취에도 불구하고 현대인은 깊은 무력감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 고유의 생각, 자신의 감정을 알면 자신의 의지에 따라 행동할 것이다. 진정으로 자신의 위상을 높이는 것은 나에게 좋은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다는 뜻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좋은 것으로 착각하면 안된다.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도 내게 좋은 것이 아니다. 아이가 원할 때마다 사탕을 주면 아이가 행복해 하겠지만 그렇다고 사탕이 아이에게 좋은 것은 결코 아니다.

 

사람은 지금의 나 자신이 어디에 있는가, 지금의 내가 누구인가,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 가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면 결코 스스로를 존중할 수 없다. 스스로를 존중할 수 없는 사람이 타인에게 존경 받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며, 본인의 위상을 드높이는 것과는 더욱 더 멀어지게 될 것이다.

 

어떤 소비를 하는 가는 결코 개인의 정체성까지 설명해 주지 않는다. 우리에게 욕구의 충족과 자기만족, 행복을 안겨주겠다던 소비사회의 약속은 항상 지체되거나 유예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소비를 안락과 행복을 얻는 수단으로 여기며 소비 활동을 통한 유희로써 긴장을 해소하기를 기대한다.

 

불과 100년전의 야만적인 착취의 대상이던 식민지의 물질적 착취는 막을 내리지만 기업의 이익을 위한 사회적 착취는 현재진행중이다. 심지어는 자신이 자신을 착취하는 상황에서 스스로를, 또한 서로를 시장에 내다파는 상품처럼 취급한다. 이 모든 것이 단 하나, 생산품의 소비라는 전능한 목표를 위해서이다. 인간은 사물을, 인간 스스로 만든 생산품을 숭배하고 무릎을 꿇는다.

 

사회는 우리에게 무언가를 가지고 소유하기를 요구한다. 그러나 단 한번도 왜 그것을 원하는지, 자신이 추구하는 것이 정말로 스스로 원하는 것인지 고민하라고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태초 이래 가장 높은 스펙을 쌓은 현대 사회가, 가장 물질의 풍요로움을 느끼고 있는 현대 사회가 실상은 의미를 잃어버린 세대가 되어 버리고 만 것이다.

 

사회에서 주어지는 가치관과 정체성에서 벗어나 스스로 나아갈 방향을 정해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내가 나에게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원칙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 무의식적으로 부여받은 가치 기준을 수용하기 전에 자신에 대해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자신을 부당하게 이용하려는 다른 사람, 기업, 사회의 교묘한 유혹에서 스스로를 지킬 수 있고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누군가는 다른 누군가의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