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Review ] 사랑의 기술(The Art of Loving)

 

025
그들은 서로 분리되어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아직 서로 사랑하는 것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남남으로 남아 있다. 인간이 분리된 채 사랑에 의해 다시 결합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의 인식, 이것은 수치심의 원천인 동시에 죄책감과 불안의 원천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가장 절실한 욕구는 이러한 분리 상태를 극복해서 고독이라는 감옥을 떠나려는 욕구이다. 이목적의 실현에 절대적으로 실패할 때 광기가 생긴다.

027
온갖 종류의 '진탕 마시고 떠드는 상태'는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 중 하나다. 잠시 동안 광희 상태에서 외부 세계는 사라지고 동시에 외부 세계와의 분리감도 사라진다. 이러한 의식은 공동으로 거행되므로 집단과의 융합을 경험하게 되고,  이러한 도취적 해결에는 성적 경험이 밀접히 관련되거나 혼합된다.

 

영화 향수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른다. 자신이 만든 향수가 묻어있는 손수건을 군중들을 향해 날리자 황홀해하고 경배하기까지 하는 사람들. 누구라고 할 것 없이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옷을 벗어 던지고 사랑을 나눈다. 모두를 미치게 하는 동시에 구원하는 그 손수건은 자신의 평생에 걸쳐 완성한, 향에 대한 광적인 집착과 열정으로 만들어낸, 바로 그 향수가 뿌려진 손수건이었다. 정작 스스로에게서는 어떤 향도 느낄 수 없던 그에게는 향기는 황홀감과 쾌락 그 이상의 것이었다. 그는 그 누구보다 향기를 원했다. 그러나 사랑받은 적도 사랑한 적도 없었던 그에게 필요한 것은 향기였을까 사랑받는 것이었을까.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주인공 동화작가 고문영의 동화 좀비아이 도 비슷한 맥락에서 떠오르는 이야기였다.

 

030

분리되지 않으려는 욕구가 얼마나 절실한가를 이해한다면, 남과 다르다는 데서 느끼는 공포, 군중과 약간 떨어져 있다는 데서 느끼는 공포가 얼마나 강력한가를 이해할 수 있다. 때로는 이러한 불일치에 대한 공포는 일치하려고 하지 않는 자를 위협하는 실제적 위험에 대한 공포로서 합리화되기도 안다. 그러나 실제로는, 사람들은 일치하도록 '강요받는' 정도 이상으로 일치하기를 '바라고 있다'.

스스로가 특별한 사람이길 바라면서도 나와 비슷한 사람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느껴지는 안도감과 위로가 있다. 어떤 순간에는 나의 생각을 명확히 표현해준 책을 읽는 것 만으로도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 위로를 받는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사람들은 강요받는 것을 뛰어넘어 서로 일치하기를 바라고 있다. 진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분리되고 독립적인 개인으로서의 자신을 드러내는 두려움을 온전히 극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데올로기가 공격 받으면 마치 자신이 공격받은 것과 같이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 집단의 의견에 자신을 내맡기고 누구보다 열정적인 대변자가 되어 그 집단 전체와 자신을 동일시하여 '있을 곳'을 확보하려고 애쓴다. 

 

034
오락도 역시 상투적인 것이 된다. 책은 독서 클럽에 의해 선택되고, 영화는 필름이나 극장 소유자에 의해 선택되고, 광고 슬로건도 그들에게 지불 받는다. 휴식 역시 일정하다. 곧 일요일의 드라이브, 텔레비전의 연속물, 카드 놀이, 사교 파티 등 아침부터 밤까지, 월요일부터 다음 월요일까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모든 활동은 일정하고 기성상품화 되어 있다. 이러한 상투적 생활의 그물에 걸린 인간이 어떻게 자신은 인간이고, 특이한 개인이며, 희망과 절망, 슬픔과 두려움, 사랑에 대한 갈망, 무와 분리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단 한 번 살아갈 기회를 갖게 된 자임을 잊지 않을 것인가?

 

당신의 삶의 아침부터 밤까지의 그 모든 활동이 일률적으로 기성상품화 되어 있는 것 같다 생각하는가? 정말 나의 자발적 선택으로 이루어진 삶인지 한 번쯤 되돌아서 생각해 보자. 에리히 프롬이 위에 말했던 것 같은 상투적 생활에 그물에 걸려 있다면, 어떻게 우리가 단 한 번 살아갈 기회를 갖게 된 자임을 잊지 않는 삶을 추구할 수 있을까?

...

나는 노는 것보다 배우고 창조하는 일에 더 관심을 두고 살아왔나 보다. 남들의 의도대로가 아닌, 내 의도대로 세상을 바꾸기 위해 이 세상에 무언가를 창조하고 싶은 강렬한 열망이 있다. 어떤 주제에 대해 현상이나 사물을 깊게 이해하기 위해 탐구하고 파헤치는 일련의 노력들은 기성상품화 될 수 없다. 아무도 제대로 들여다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만들 세상은 이런 시도가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세상이다. 모든 사람이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나름의 신념을 갖고 있는지 대답을 찾아가는 세상. 융은 살면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특권은 진정한 자신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에 대해서도,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해서도 겉으로 드러나는 피상적인 것 뿐 아니라 내 내면과 내 내면을 통해 바라본 세계가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들여다 볼 수 있길 바란다. 

• "You've got to find what you love your work is gonna fill a large part of your life. And the only way to be truly satisfied is to do what you believe is great work. And the only way to do great work is to love what you do. If you haven't found it yet, keep looking and don't settle. As with all matters of the heart you'll know when you find it."

사랑에 대한 오해 - 나는 사랑을 할때 <주는 사람> 인가, <받으려고 하는 사람> 인가?

040
사랑은 수동적 감정이 아니라 활동이다. 사랑은 '참여하는 것'이지 '빠지는 것'이 아니다. 가장 일반적인 방식으로 사랑의 능동적 성격을 말한다면, 사랑은 본래 '주는 것'이지 받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할 수 있다.

041
주는 것은 잠재 능력의 최고 표현이다. 준다고 하는 행위 자체에서 나는 나의 힘, 나의 부, 나의 능력을 경험한다. 고양된 생명력과 잠재력을 경험하고 나는 매우 큰 환희를 느낀다. 나는 나 자신을 넘쳐 흐르고 소비하고 생동하는 자로서, 즐거운 자로서 경험한다. 주는 것은 박탈당하는 것이 아니다. 준다는 행위에는 나의 활동성이 표현되어 있기 때문에 주는 것은 받는 것 보다 더 즐겁다.

솔직히 가슴에 손을 얹고 내 인생을 되돌아 봤을 때 누군가를 온전히 사랑해 줬던 기억은 없다. 어린 시절, 너는 주는 것의 기쁨을 깨달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던 게 생각이 난다. 연애를 할 때도, 나는 관계에 집중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잃는 것에 집중해 왔다. 
이제는 내가 사랑스러운 사람이라는 거 충분히 알겠으니까 주는 사랑을 해보고 싶다. 수동적으로 받는 것이 아닌, 누군가의 감정과 호의를 가지려고 애쓰는 것도 아닌, 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수용해주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보답을 바라며 안절부절 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주는 것 그 자체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사랑을 하고 싶다.

그리고 또한 사랑을 하면서 나 자신에 대해 발견하고 알아가고 질문하게 되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를 통해 나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고 수용하게 된다. 그를 만남으로써 혼자였다면 알지 못했던 나의 다양한 모습들이 드러나고 느끼지 못했을 많은 감정과 생각에 혼란스러워 지지만 그 또한 자아실현과 자기이해의 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013-014
사랑은 행운만 있으면 누구나 겪게 되는 즐거운 감정이 아니다.
사랑은 기술이다. 기술이라면 사랑에는 지식과 노력이 요구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의 문제를 '사랑하는', 곧 사랑할 줄 아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사랑받는' 문제로 생각한다. 그들에게 사랑의 문제는 어떻게 하면 사랑받을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사랑스러워지는가 하는 문제이다.

리얼리티 트랜서핑 123p

<의존적인 관계>

 

사랑이 무엇인지를 정의하려면, 무엇이 사랑이 아닌지부터 명확히 해야한다.
사랑의 대상을 이상화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이상화한다는 것은 어떤 것을 과대평가하여 높은 곳에 모셔놓고 숭배하며 우상화하는 것이다.

사랑은 세상을 창조하고 이끌어가는 힘인 동시에 본질적으로 냉정하고 침착하기 때문에, 이상화와는 다르다.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과 그 대상 사이에 의존적 관계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이 간단한 공식이, 사랑이 끝나고 이상화가 시작되는 지점을 알아차리도록 한다.

푸른 식물과 아름다운 꽃나무가 가득한 산골짜기를 거니는 상상을 해보라.

사랑은 이 놀라운 풍경에 감탄하며 향기롭고 신선한 공기와 바람을 맞으며 즐기는 것이다. 이 때는 영혼이 지극히 평화롭고 행복한 상태이다.

그러나 당신은 다음 순간 그 꽃을 꺾기 시작한다. 그것이 살아 있다는 사실은 안중에도 없이, 꽃잎을 뭉개 그 꽃으로 향수나 화장품을 만들어 소유하고 이상화한다. 이는 사랑이 아니다.

의존적인 관계는 당신이 A를 해주면 나는 B를 해주겠다라는 조건식으로 정의된다.
예를 들면, "나를 사랑한다면 모든 것을 버리고 나와 함께 세상 끝까지 가자.",  "나와 결혼하지 않겠다는 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거야.", "나를 칭찬해주면 너의 친구가 되어줄게." 등등...

 

당신은 꽃의 아름다움 사이를 거니는 것을 좋아하지만 꽃들은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들에게는 당신을 사랑해야 할 이유가 없다. 당신은 꽃을 손에 넣고 싶은 강렬한 욕망에 불타지만 말하자면 그것은 금지된 욕망이다. 
그리하여 당신은 여기에 있는데 사랑의 대상은 다른 곳에 있고, 당신은 그것을 소유하고 싶어한다. 

그러한 의존성과 이상화는 약간의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도 당신이 상황을 더 극적으로 몰아가려는 충동에 점점 더 빠져들게 한다. 그리하여 그런 생각("그는 날 사랑하지 않는 거야!")들이, 주고 받는 사랑이 거의 불가능한 인생트랙으로 당신을 끌고 간다.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 사랑의 감정에 응답받고자 하는 욕망이 강하면 강할 수록 그럴 확률이 더 높다.

결론은 하나다. 즉, 당신의 애정 어린 감정이 응답받기를 원한다면 사랑받고자 애쓰지 말고 그저 사랑해야 한다.

주고받는 사랑에는 의존적 관계가 없다. 당신이 어떤 것을 이미 소유하고 있다면 그것의 소유권을 가지고 안달할 이유가 없다. 단지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주고받는 사랑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게다가 무조건적 사랑은 지극히 드물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흥미롭고 매력적이다.

만사는 아주 단순하면서도 동시에 아주 복잡하다. 사랑에 빠진 이는 논리적으로 생각할 수가 없고, 그래서 이런 권고들이 아마도 무용지물이 될 것이므로 복잡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때문에 안달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당신의 감사를 소유하기를 거부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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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대상>의 문제가 아니라 <능력>의 문제이다.

014
사랑할 능력을 갖춘 사람은 그 사람을 통해 세계를 사랑할 수 있다.
사람들은 '사랑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고, 사랑할 또는 사랑받을 올바른 대상을 발견하기가 어려울 뿐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이 태도에는 근대 사회의 발전에 바탕을 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한 가지 이유는 '사랑의 대상'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20세기에 일어난 커다란 변화이다.
빅토리아 시대에는 많은 전통적 국가의 경우처럼 대체로 사랑은 결혼으로 이어지는 것이었고 자발적이며 개인적인 경험은 아니었다. 반대로 결혼은 관습에 의해-쌍방 가족 또는 중매인에 의해-계약되었다. 결혼은 사회적 고려를 기반으로 결정되었고, 사랑은 일단 결혼이 성립한 다음에 전개되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낭만적 사랑이라는 개념이 서양에서 거의 보편화된 것은 최근 몇 세기 동안의 일이었다.

인생은 사실 내가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다른 대상을 사랑할 수 있는가에 대한 시험이다. 공부를 하고 취업을 하고 살아남기 위해 했던 그 모든 과정이 '사랑'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어나가는 과정이었다. 한 사람이라도 그렇게 사랑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인생의 과업을 이룬 것이다.만일 내가 참으로 한 사람을 사랑한다면 나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세계를 사랑하고 삶을 사랑하게 된다. 만일 내가 어떤 사람에게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나는 당신을 통해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세계를 사랑하고, 당신을 통해 나 자신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나의 연애를 고대 그리스에서 분류한 기준으로 정의하자면 LUDUS(놀이, 게임과 같은 사랑)가 아니었을까?

그동안 나는 사랑을 쟁취하는 것으로 생각해 왔다. 마치 사냥을 하듯이 타깃을 정하면 그 타겟의 마음을 얻기 위해 전략을 세우고 연출된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이제 사랑받는 것은 나의 관심사가 아니다. 사실 받으면 좋긴하다. 사랑받는 건 항상 짜릿하니까. 이제 내 관심사는 과연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인간인가? 누군가를 온전히 사랑해 줄 수 있는가이다.
사랑이 본격적으로 사적인 개인 자아실현 프로젝트가 된 것은 근대에 이르러서이다. 근대에 이르러 인간은 사적인 감정과 주관적 성격이 중시되는 개인으로 탄생했으며, 개인의 낭만적 사랑은 개인의 자아를 형성하고 확인받는 기제로 작동하게 되었다. 

 

근대화된 사랑에서 그 사랑의 대상인 타자는, 단지 그가 바로 그 사람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신의 결여를 메꾸어 줄 수 있는 그런 존재다. 그 결여가 예전부터 인식되고 있던 것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사랑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스스로도 깨닫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런데 바로 이 결여가 직접적으로 자기정체성과 관련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의미에서 낭만적 사랑은 불완전한 개인을 완전한 전체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 앤서니 가든스

 

낭만적 사랑은 근대적 친밀관계의 대표적 형태로서 이를 통해 개인은 자신의 내면적 자아와 인격을 실현하고자 한다. 친밀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가 얼마나 훌륭한 기술이나 기능을 가지고 있는 가가 아니라 상대가 얼마나 진정성, 진심, 인격을 담는가이다. 따라서 친밀관계는 장 자크 루소가 '주관성'이라고 지칭했던 것, 에드윈 쇼터가 성격 혹은 내부로 지칭했던 차원의 핵심이 된다. 근대 낭만적 사랑의 서사는 나의 유일무이한 자기정체성의 가치를 알아보는 단 한 명의 파트너와 유일무이의 세계를 이루어 가는 이야기다. 이름 없던 나의 유일성을 일깨우는 운명적 사건이 된다.

 

최초의 감정(=열정적 사랑)은 너무나 강렬하기 때문에, 그 시기가 지나고 성애가 지속 되려면 "의지"가 필요하다.

나의 경우, 어차피 호르몬의 장난은 3개월이면 끝난다. 그 이후로는 온전히 그 사람과 함께하겠다는 의지에 달려있었다. 서로 설렘이 1도 없는 관계를 오랫동안 지속해 봤던 적이 있는데, 그때 오히려 설렘이라는 감정이 연인사이에 꼭 필요한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설렘이 끝나고 부터가 진짜 사랑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연애를 할 때 설렘이란, 게임으로치자면 처음 유저들에게 주는 초기 이벤트 버프라는 말에 100% 동의한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정말 난이도 높은 게임이다. 처음부터 아무 버프도 없이 보스 몬스터를 때려잡으라고 한다면 몇 사람 시도하지 않고 그 게임을 끌 것 이다. 서로를 사랑하는 데 있어서 처음 게임(연애)을 시작했으니까 좀 더 수월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 최초의 열정적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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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있어서 분리감의 의미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 채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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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아득함. 소통의 노력이 온갖 오해로 점철될 수 밖에 없다는 확고한 이해. 당신에게 불현듯 휘몰아치는 깊은 고독과 쓸쓸함의 기원이 여기에 있다. 우리는 선택해야 하는 것인지 모른다. 타인에게 닿을 수 없다는 진실을 인정하고 외로워지거나, 타인에게 닿을 수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속이며 매번 좌절하거나.

 

나는 분리에 대한 두려움 혹은 고독의 감정을 창조적인 활동을 통해 극복하려 했다. 예를 들면 작곡같은 활동. 한 번 로직 프로(작곡 프로그램)를 켜면 7~8시간이 흘러가 있었다. 사실 음악을 제대로 배운 적도 없는데 좋아하는 노래 분석하고 악보 분석해가면서 어찌어찌 만들었던 그 때의 열정이 신기하다. 지금은 사실 공부하느라 이때 만큼은 못하지만… 만들다보면 어쩌면 누군가 내 노래에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리고 사실 언어로 내 감정과 고독을 명확히 표현하기에는 정확한 뉘앙스가 다 담기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음악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게 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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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한 사랑의 자질

에리히 프롬은 성숙한 사랑의 4가지 자질을 소개하며,

이 4가지 자질들은 서로 긴밀하게 작용하며 서로의 발달을 돕는다고 이야기한다.

1)보호 = 상대방의 생명과 성장에 대한 적극적 관심

2)책임 = 상대방의 문제를 나의 문제처럼 해결하려는 태도

3)존경 = 상대방의 개성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태도

4)지식 = 상대방의 본질적인 욕구와 특징에 대한 전문성

 

이 중 내가 가졌다고 생각하는 역량은 존경과 보호이다. 있는 그대로의 대상을 인정하고 수용할 줄 아는 능력. 주변 사랑하는 친구들. 나의 일부가 되었다고 느끼는 친구들에게 드러나는 감정. 그 사람이 그 나름대로 성장하고 발달하기를 바라고 그 것에 지대한 관심을 주면서 필요하다면 나의 도움을 주며 아낌없이 이끈다. 자신을 위해 자신의 방식대로 성장하고 발달하는 것이 내가 그 사람으로 부터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즐거움이자, 내가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은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나는 함께하는 사람을 사랑할 수록 내가 더 성장하고 싶다. 자아실현을 통해 사랑을 실현하는 것, 더 성숙한 나와 함께하는 경험을 주는 게 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자질의 우선순위는 3존경-4지식-1보호-2책임 순이다.
한국 연애 시장은 과도하게 책임 영역에만 그 부담을 전가하는 것 같다. 내가 사랑하는 연인이 외롭다면 그 것은 잘 응답하고 돌보지 않은, 책임지지 않은 상대 연인의 탓이고 그 때문에 그는 연애를 할 때 나쁜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히게 된다. 그러나 나는 그보다 중요한 요소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을 무엇이라 정의해야 할지 모르겠지만(아마 독립에 가까운듯) 타인에게 내 행복을 의탁하지 않는 능력, 혼자서도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능력, 그 사람과 분리되어 내 감정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 것 같다.

나의 감정과 반응과 판단이 오로지 나에게 속한, 내가 주체적으로 책임져야 것임을 명확히 인지하고 그렇게 하는 것, 그리고 나 자신의 구원자는 오로지 나뿐이라는 사실은 받아들이는 것 말이다.

나는 세상에 의해 판가름되는(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절대적인 악인이란 없다고 본다. 그 사람이 나에게 그 순간 도움이 된다면, 그 사람은 내게 선인이고 반대로 다른 순간 나에게 해를 끼친다면 그 사람은 나에게 악인이 된다. 때문에 자기를 인정하고 사랑하지 않는 사람, 자신과 싸우고 비하하고 비난하고 혐오하며 스스로 고통으로 몰아가는 사람에겐 온전한 사랑의 정신이 깃들기 힘들다. 스스로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에 대해 주어지는 모든 것에 저항한다. 자신에게 악인인 사람은 그 어떤 존재와도 모순된 관계를 갖게 될 수 밖에 없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고 사랑해 주는 사람이라면 자기가 자기를 수용하지 못하고 거부하는 상태에서 그 사람의 호의는 악인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감정이 된다. 심지어는 이런 보잘 것 없고 악한 나 자신을 사랑하는 그 사람에 대한 가치도 폄하시켜 버린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할 수 없는 이 저주는 낮은 자존감과 자기 파괴적 성향에 기인한다. 이런 사람들은 뭔가 희생하는 것만이 사랑이라고 여긴다. 스스로 고통속에 거하며 행복을 허락하지 않음으로써 위안을 얻는다. 이러한 감정은 자기 분열의 초기 증세와 마찬가지다. 스스로를 정죄하면서 쾌락을 얻는 그는 처벌받아 마땅해야 할 내 자신을 벌하며 자신의 도덕적 신념과 양심에 대한 정당성을 입증하려는 시도를 한다. 그러나 고통받는 자신은 누구이며 또 그를 정죄하고 심판하는 심판자는 누구인가? 그에게 그럴 자격이 있는가?
그런사람들에게 있어서 악인은 자기 보호 본능을 위배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가까워 질 수 없다. 나를 공격하고 상처주는 갈등상황에서 정반대로 대립한 대상을 우리는 악인이라 규정한다. 충동적인 방어기제가 올라오면 결국 두 사람은 서로를 파괴하는 연속적인 고리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러나 이들은 때때로 정서적으로 그 관계에 의존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가학적 상황에 자신을 내맡기는 현상이 허다하게 일어나기도 한다.
결국 이 사람들은 깨달아야 한다. '가치'라는 것이 사랑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것을. 가치를 보고 대가를 주고 받는 것은 시장의 원리이지, 사랑의 원리가 아니다. 사랑을 하는 데 있어 필요한 것은 '존재'이다. 쉽게 말해, 사랑을 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것은 단지 '나'다.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의 불안과 결핍을 인정한다고 해서 가치 없는, 사랑 받을 수 없는 인간이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나의 내면과 상처, 고통을 수용한 사람은 그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타인의 아픔과 고통을 바라볼 수 있게된다. 그 사람이 화내고 나를 공격했던 것이 사실은 스스로를 찌르는 행위였음을 이해하게 된다. 타인의 고통을 인위적으로 끌고 들어와 자신의 고통으로 만드는 시도를 멈추게 된다. 수동적으로 상처 받는 아이의 형태를 벗어날 수 있게 된다. 결국 '내가 아닌 것은 아무것도 나를 해칠 수 없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러면 나의 마음이 적대감의 감정에서 연민으로 옮겨지게 된다. 이것은 '아가페'적 사랑의 시작이다. 때문에 존재 그 자체에 감사와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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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의하는 사랑

80p
만일 이것이 사랑이라면, 한 가지 전제를 갖고 있다. 나는 나의 존재의 본질로부터 사랑하고 있고, 다른 사람을 그의 존재의 본질에서 경험하고 있다는 전제를. 본질적으로 모든 인간은 동일하다. 우리는 모두 하나의 한 부분이고 우리는 모두 하나다. 이와 같다면, 우리가 누구를 사랑하든 차이는 없을 것이다.

나는 사랑이 철저히 이성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에리히 프롬이 말했듯 우리는 사랑의 중요한 요인인 의지를 자꾸 간과하고 만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강렬한 감정만으로는 사랑이 성립될 수 없다. "이것은 결단이고 판단이고 약속이다." 그렇기에 사랑의 감정이 끝나는 그 시점. 최초의 강렬한 감정이 끝나는 그 순간 부터가 진짜 사랑의 시작이다. "만일 사랑이 감정일 뿐이라면, 영원히 서로 사랑할 것을 약속할 근거는 없다. 감정은 생겼다 사라져버릴 수 있다." 사랑을 존속시키는 것, 근본적인 신앙으로서의 사랑을 성립하는 것(사랑이 영원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내 행위 속에 판단과 결단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믿는 것 또한 주체적인 활동이며 누가 부여해 주는 것이 아니다. 조금 알아도 믿는 사람은 믿고, 많이 알아도 믿지 않는 사람은 믿지 않는다. 사실 상대방으로 부터 주어지는 표현이나 확증같은 것들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확신은 부여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믿음을 지속시킬지 말지도 결국 개인의 의지에 달려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나는 이해하기 위해 믿는다"고 했다. 사실 인간에게 지식이라고 통용되는 것들은 가까이서 보면 편견이나 왜곡에 기초한 신념, 편향, 풍문, 추측 또는 순수 환상에 불과할 때가 많다.
당신은 오늘 잠들면 내일 눈을 뜰것이라고 믿는가?
왜? 어떻게 믿을 수 있나?
사실 정답은 없는 질문이다. 정답은 환상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기대감, 실망감, 설레임 등 모든 감정은 온전히 자신의 것이다. 남이 충족 시켜주는 것이 아니다. 온전했다고 느꼈던 그 순간도 그냥 그런 느낌을 받았던 하나의 사건이다. 우리는 알고 있지 않은가? 고통과 쾌락의 지속되지 않는 성질을. 온전했다고 느낀 순간은 그저 긍정적 정서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졌을 뿐이다.
결국 믿는 것은 감정이 아니고 하나의 이성적 신념이다. 그리고 그 신념을 유지하는 데는 생각보다 굉장한 무언가가 요구되지 않는다. 신념이란 것은 지극히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것이다.
믿고자 선택했으면 믿는 것이다. 그 선택을 한 자신을 믿어라. 그리고 그것에 반하는 내 안에 있는 생각과 행동을 줄여나가라. 인간은 어떠한 신념에 대한 태도를 하나로 일관되게 유지하려는 경향이 존재해, 컴플렉스 에티튜드의 인지부조화 상태를 어떻게든 심플 에티튜드로 강제하게끔 한다. 그래서 사랑을 포함한 모든 신앙이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람은 긍정적 에너지를 수신하고 송신하며 자신의 천국을 스스로 창조할 수 있다.

에리히 프롬
<나는 왜 무기력을 반복하는가>

대부분의 사람이 어린아이에게 큰 매력을 느끼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다면 답은 바로 자발성이다. 자발성은 모든 사람에게 강하게 호소한다. 어린아이나 예술가에게서, 다른 사람들에게서 발견하는 것 중 사실 자발성만큼 매력적이며 설득력 있는 것은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적어도 순간이나마 자신의 자발성을 경험하고 동시에 그 순간을 진정한 행복으로 느낀다. 어떤 풍경이 아름답다고 자발적으로 느낄 때, 고민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을 때, 틀에 박히지 않은 종류의 감각적 쾌락을 느꼈을 때, 타인에 대한 사랑이 갑자기 솟구쳐 오를 때, 그런 순간 우리 모두는 자발적 체험이 무엇인지 알게 되며, 그런 체험이 이렇게 드물지 않게, 세련되게 찾아온다면 인간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지 어렴풋하나마 예감하게 될 것이다.
어떤 것으로부터의 해방인 소극적 자유만 있다면 인간은 고립된 존재가 되고 만다. 불신에 가득 차서, 연약하고 항상 위태로운 자아를 가진 채 세상과 멀리 떨어진 존재가 된다.
자발적 활동은 자아의 온전함을 희생하지 않고도 고독의 공포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자아의 자발적 실현을 통해 인간은 새롭게 세상(인간, 자연, 자기 자신을 포함)과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자발성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 사랑이다. 자아가 다른 사람 속으로 녹아버리는, 다른 사람을 소유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랑이 아닌,
개인의 자아를 보존하며, 다른 사람을 자발적으로 긍정하고, 다른 사람과 하나가 되는 그런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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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자발적 활동에서 개인은 세계를 자기 안으로 받아들인다. 그 과정에서 개인의 자아는 온전해지고 더 강해지며 더 탄탄해진다. 자아는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만큼 강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힘은 물질의 소유에도, 감정이나 사고 같은 정신적 자질의 소유에도 있지 않다. 인간이건 사물이건 창조적 활동을 통해 진정한 관계를 맺는 것만이 우리의 것이다. 우리의 자발적 활동이 낳은 속성들만이 우리의 자아에 힘을 주고, 자아가 온전할 수 있도록 기틀을 닦아 준다.
자발적으로 행동하지 못하고 진정한 느낌과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는 무능력, 그로 인해 타인과 자신에게 가짜 자아를 내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 열등감과 무력감의 뿌리이다. 의식하건 안 하건 자기 자신이 아닌 것보다 더 부끄러운 일은 없으며, 진짜 자기 것을 생각하고 느끼고 말하는 것보다 더 큰 자부심과 행복을 주는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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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활동으로 자아를 실현하고 이를 통해 세상과 관계를 맺는 개인은  더 이상 고립된 원자가 아니다. 그와 세상은 질서정연한 전체의 부분이 되고, 그는 세상에서 자신에게 맞는 자리를 얻게 되며, 그럼으로써 자신과 삶의 의미에 대한 회의도 사라질 것이다.